9일 이라는 긴 연휴동안 여행을 가고 싶었다.
복잡한 머리도 식힐 필요가 있고 중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 자신을 다져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자전거..
몸이 미칠듯이 힘들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조금 무리한 일정을 잡았다..
코스는 학교 - 간현 - 학교..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던 곳이다..
쵸코바, 초콜릿, 음료수, 육포.. 그리고 PDA에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을 깔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1 출발
제천가 원주를 가르는 하영교차로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집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집이 더 가깝다.. -_ㅡ;;;
이곳까지 한시간 걸렸고 거리는 14Km 정도이다..
좋아.. 이정도 속도라면 3시간 반이면 도착하겠구나.
#2 집으로 향하는 유혹
하영교차로를 가뿐히 지나치고 30분 정도 더 달려서야 처음으로 휴식시간을 가졌다..
50분 달리고 10분 휴식 할 생각이었는데..
아직까지 힘든일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잘 될거야..
#3 첫번째 휴식
휴식 시간을 가진지 40분 후에 첫 번째 산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르는 길이 생소한 경험이었다..
20분 정도 올랐을 때 정상에 오를수 있었다.
#4 반가운 표지판
내려가는 길은 엄청난 쾌감이었다.
20분에 걸쳐 오른 길을 순식간에 내려가는 기분이란..
자전거 타고 산을 내려가는 그 쾌감 때문에 다시 산을 오르게 된단다..
그만큼 멋진 쾌감이었다.
한참을 달려가는데 길에 밤송이가 나부라져 있다.
위험하다.. 저거 밟고 펑크 나면 여행이고 뭐고 물거품..
밤송이를 피해서 가려하는데..
파란 밤송이 안에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갈색 밤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가던길을 재껴두고 밤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넌 뭐가 그렇게 수줍어서 그렇게 무식하게 생긴 집에 숨어 있니?
#5 귀여운 밤톨이
3시간 반이면 도착 할꺼라고 생각했던 목적지가 4시간이 지났는데도 보일 생각을 안한다..
다리에 힘은 빠지고 지금 가는 길을 돌아와야한다고 생각하니까 발걸음이 점점 무겁다..
그냥 지금 돌아갈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쳇.. 이곳에서 자고 가더라도 목적지까지 가고 말리라..
한시간을 더 달려서야 목적지가 보였다..
지난해 차타고 길을 찾아찾아 도착했을 때 보다 감동이 더 크다.
#6 목적지 도착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으려는 아저씨에게 자전거 여행중이라고 잠깐만 들어 갔다 오면 안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간현은 지난 해와 달라진게 없었다..
조금 달라진건 민박집 마다 가득 매웠던 사람들이 없다는 것..
#7 텅빈 간현유원지
지난해 친구들과 찍었던 위치에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찍어 보았다..
친구들이 갑자기 보고싶어진다..
#8 지난 해 묵었던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옥상에서 사진을 찍었다..
1년 전 찍었던 것처럼..
#9 간현을 둘러 싸고 있는 산
#10 목적지에서의 휴식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계획 했던 시간보다 너무 많이 지체되서 걱정된다.
어두운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어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갈대 밭이 나를 부른다..
가을 갈대밭.. 예전부터 사진기와 함께 찾고 싶었 던 곳..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저곳에 들어가면 또 다시 시간이 지연되고 말것이다..
#11 갈대 밭
나를 부르는 갈대들의 손짓을 바라보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빵두 개와 커다란 우유하나..
한번에 많이 먹으면 달리면서 배가 아플 것 같아 반씩 나눠 먹었다..
#12 초라한 점심 메뉴
돌아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다리엔 힘이 없어 속도는 자꾸만 늦어지고 해는 산에 걸리려 한다..
다행히 공동묘지는 해가지지 않았을 때 지나칠 수 있었다.
가장 걱정되는 코스였는데.. ㅎㅎ
공동묘지가 지나면 두려운게 없을지 알았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길때문에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오는 길에 쾌감을 주었던 내리막길에 이젠 힘겨운 오르막이되어 기다리고 있었다.
체력은 바닥난 상태..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 마다 정신은 흐려지는데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동안 흐려진 눈빛을 이제서야 빛낼 수 있다.
괜히 하는 고생은 아닌가보다..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충주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났다..
야호~
멀지 않았다.. 나의 학교가.. 나의 집이......
#13 충주 입성
충주 지역으로 돌아서고도 오르막은 계속 되었다.
지나가는 차에게 도움을 청해볼까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았다..
지금 체력에 한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8Km..
이대로 어둠이 내리면 정말 위험해 질 것 같다..
저 오르막 까지만.. 정상 까지만 도움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이 코스를 타인의 힘을 빌린다면..
이 여행은 의미가 없어진다..
몸이 가장 힘들 때 머리가 맑아질 것이라는 나의 기대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걸었다.. 피곤한 몸뚱아리에게 부탁하며, 다그치며 걸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이제부터 내리막 길이라는..
그것도 긴 내리막 길이라는 표지판을 만났다..
오르막길 끝이라는 표지판 보다 더 반갑다..
이쁘기 까지 하다..
#14 긴 내리막 길
다섯 시반.. 아직 갈 길은 멀다..
핸들에 달아놓은 시계에 자꾸 눈길이 간다..
#15 초조하게 만드는 시계 바늘
엄청난 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차에게 추월당했지만 오기가 생겨 그차의 뒷꽁무늬를 계속 쫒아갔다.
지금 내 속도는 얼마나 될까?
잠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다..
한달전 달리는 자전거에서 굴렀다.
바로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자전거..
달리는 도중 패달이 부러지는 바람에 전력으로 패달을 밟다가 굴러떨어졌었다..
그때 생각이 나면서 무서워졌다..
또 다시 자전거가 나를 내팽개친다면?
이속도에서 문제가 생겨서 넘어진다면?
그래도 멈출수는 없었다..
이 쾌감을 멈출수는 없었다..
위험이 있기에 스릴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 산을 넘고 나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16 두려운 저녁 노을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가로등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는 덤프트럭이 지나가면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고..
거기에 휘말려 내 몸도 휘청거린다..
생명에 위험을 느낀다.. 무섭다..
미친 듯이 달리다 문득 하늘을 봤을 때 멋진 광경을 보았다.
구름 사이에 노을이 심장처럼 보였다..
지금 터질듯한 내 심장 처럼 갈비 뼈 안에서 빛나고 있는 심장 처럼 보였다..
내 가슴속에도 저렇게 터질듯하게 빛나는 심장이 있겠지..
#17 터질 것 같은 심장
멋진 광경에도 두려움을 떨쳐낼수 없었다..
다시 발걸음을 제촉한다..
석양을 뒤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다가 돌아보았을 때는..
정말 빨간 노을이 산을 물들이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빨간 노을..
멋있는 풍경을 참 많이 본다..
자꾸만 자리에 머물라고 나를 붙잡는 것 같다..
다시 달린다..
#18 빨간 노을
샛길에서 나와 큰길에 들어섰다.
차도에 자전거용 길이 없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에서 커다란 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길 옆을 달렸다..
체력은 바닥난지 오래고.. 배도 고파 온다..
주유소를 지나면서 저 기름을 마시고 나면 힘이 날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마저 해본다..
#19 에너지 충전이 필요해
큰길을 한참 달려서야 가로등을 만날 수 있었다..
아... 반갑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아니지만 도로변이 조금 넓어졌다..
이제서야 조금 마음이 놓인다..
#20 반가운 가로등
이제부터 한시간 정도만 가면 집에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녀석 한테 밥좀 해놓으라고 여러번 전화를 했는데 이녀석 뭐하는지 받지 않는다..
하루종일 지나가는 사람가 잠깐잠깐 말을 섞은 것밖에 없어서 그런지
사람이 그립다.. 말을 하고 싶다..
출발 할 때 가장 힘차게 달리던 길을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패달을 밟았다..
드디어 도착..
도착하자마자 누워버렸다..
그래도 친구 침대 더렵혀 진다고 바닥에 누워주는 예의 까지 발휘 했다..
평평하다면 침대가 아닌 어디라도 고마웠다..
#21 녹초가 되어 버린 몸
120Km의 대 장정을 하루만에 끝내었다..
첫 여행부터 너무 무리한 계획..
몸이 피곤하면 생각을 정리하게 될거라는 내 생각은 옳지 않았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생각은 정리 되지 않는다..
머리와 몸은 따로 움직이는 걸까?
그래도 여행을 헛되이 한건 아니다..
눈빛.. 눈빛이 맑아졌다..
그리고 힘든일을 만나도 이겨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해야할 일이 많다.. 주저앉을 수 없다..
이렇게 힘든 요즘도 정상에 올라서는 엄청난 쾌감이 기다리고 있겠지..
힘내자 종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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